차원이 다른 유연성’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던 그도 부상을


20년 전 신인 이병규는 ‘한국의 이치로’라고 그를 소개한 LG의 추임을 받으며 당시 역대 야수 최고 대우로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LG 트레이너들이 줄줄이 ‘차원이 다른 유연성’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던 그도 부상을 모르던 철인 같은 시절은 훌쩍 떠나보냈다. 이제는 조금 더 힘들어진 몸으로 조금 더 많이 노력하는 노장 선수인 그는 자주 가정적인 면모를 보이는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큰 아들 승민군(12)은 야구를 시작한지 채 한해가 되지 않았다. ‘아빠 따라쟁이’인 아들은 왼쪽 타석에서 아빠랑 똑 닮은 ‘판박이’ 모습으로 배트를 휘두른다. 타격 자세가 영락없는 ‘이병규 미니미’다. 초등학교 5학년인 승민군은 지난 봄 (아빠의 추억도 깃든) 구리야구장에서 첫 야구경기에 출전했다. 주자를 꽉 채우고 대타로 나선 첫 타석에서 초구를 받아쳤고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생애 첫 타석 초구 그랜드슬램이라고? 누군가 만화에 그려 넣기에도 민망할 너무 만화 같은 설정이라 이병규는 어디에서 자랑도 많이 못했다.

‘야구신동’이 아니냐고 했더니 손사래다. 키가 크고 몸이 좋은 아들의 한 방에 금세 천재성을 확신하는 ‘고슴도치 아빠’는 아니다. 막상 아들에게 (취미를 넘어서) 야구 선수를 시키는 일도 못내 망설이고 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하는 아들에겐 미안하지만, “아버지가 이병규라는 사실이 힘이 되는 시간보다 부담이 되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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